헌법 부정, 국격 훼손, 독재 미화, 역사 왜곡 이승만기념관 반대한다!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승만기념관 부지로 거론한 서울 송현광장에 시민단체들이 모여 기념관 건립을 일제히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4.19를 촉발한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함께 송현광장을 시민의 공간으로 지키겠다던 약속을 1년 새 뒤엎은 오세훈 서울시장을 직격했다.
민족문제연구소, 국가폭력피해범국민연대,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등 15개 단체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 녹지광장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윤석열 정부는 헌법을 부정하고 국격을 훼손하는 이승만기념관 건립을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은 이승만 하야를 끌어낸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3·15의거 64주년이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오 시장이 지난해 송현광장에 '이건희 미술관' 외에 다른 시설물을 짓지 않겠다고 한 발언을 뒤집은 데 따른 것이다. 오 시장은 지난달 23일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이승만기념관 부지로) 현재 가능성이 제일 높게 논의되는 데가 송현동 공원"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은 또 "이승만 다큐멘터리 영화가 상영되고 있는 것이 공론화 혹은 공감대 형성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최근 영화 <건국전쟁>이 흥행하자 서울시가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기로 말을 바꾼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건국전쟁>은 이승만이 독재를 하지 않았고 단지 장기집권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빚고 있다.
"피의 독재자 기념하냐"... "오세훈 시장 발언 거둬들여야"
기자회견 발언자로 나선 강현우 신부(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서울대교구 총무)는 "역사적 평가가 끝난 이승만을 재평가하겠다며 공만 내세우고 과를 숨기며 심지어 과를 공으로 포장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오세훈과 윤석열은 이승만기념관 건립에 그치지 않고 조직적·정책적으로 이승만 미화 작업에 들어가고 있다. 독재와의 전쟁을 마무리짓지 못한 이런 상황에 부끄러움과 모멸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대표는 이승만이 '피의 독재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대표는 "3·15의거 당시 수많은 사람을 죽게 만들었고, 4·19혁명에서 수백 명을 학살한 이승만은 발췌 개헌, 사사오입 개헌 등 헌법 정의를 파괴하고 급기야 부정선거로 쫓겨난 역사 정의의 훼손자다. 임시정부에서 탄핵당하고 반민특위를 해체해 친일파 청산을 무산시킨 이승만은 결코 기념되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상권 덕성여대 명예교수는 "이곳 송현광장 옆 도로는 4·19혁명 당시 이승만 정권이 적을 토벌하듯 발포 명령을 내려 수많은 사람이 희생당한 장소다. 그런 장소에 이승만기념관을 세우겠다는 건 광주 금남로에 전두환기념관을 세우겠다는 것과 같다"며 "독립전쟁을 반대하고 전쟁을 통한 무력통일을 주장하고 수많은 사람을 죽인 학살자 이승만은 '전쟁의 영웅', '평화의 영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64주년을 맞은 3·15의거는 1960년 3월 15일 이승만 자유당 정권의 권위주의 통치와 부정선거에 항거해 경남 마산에서 일어난 대규모 시위다. 이승만의 하야를 끌어낸 4·19혁명의 출발점이 된 사건으로, 정부는 지난 2010년 3·15의거를 국가기념일로 지정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며 이승만 우상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며 "지난해 7월 다부동전적기념관에 이승만 동상을 세운 것도 모자라 주미 한국대사관에도 동상 건립을 추진해 국제적 망신을 자초하고 있다. 이제 서울 한복판에 이승만기념관을 짓겠다고 도발하는 막장 드라마를 공공연하게 연출하기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헌법을 여러 차례 유린한 장본인인 이승만을 기리는 기념관을 서울 한복판에 짓겠다는 망발은 헌법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국민을 무시하는 짓"이라며 "오 시장은 송현광장을 이승만기념관 부지로 내놓겠다는 오만방자한 발상을 당장 거둬들이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승만기념관 건립에 대한 일체의 지원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이승만기념관, 기념재단 소관... 시에서 제안한 바 없다"
논란이 커지자 서울시는 지난 14일 설명자료를 내어 "이승만대통령 기념관 건립은 기념재단에서 추진하는 사업으로 그 규모, 장소, 시기, 조성 절차 등은 기념재단과 정부 방침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올해 기념재단에서 기념관 입지 등과 관련해 우리 시에 공식 제안하거나 협의한 바는 없으며, 기념관의 송현동 부지 입지에 대해서도 현재까지 결정된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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